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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815일 오하이오의 빅이어 전파망원경에 수상한 라디오파가 잡혔다.

이 라디오파는 궁수자리 구역에서부터 온 것으로 100년이 넘도록 빛의 속도로 우주를 달려와 지구에 닿은 것이다.

발생이 됐던 시기는 1855년이었고 궁수자리는 지구에서 약 1000조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궁수자리에서 온 와우! 신호 (표지)

 

이 라디오파는 즉시 발견되지 않았다.

천문학자 제리 에만이 망원경을 들여다보기까지 3일간 잠잠하게 저장장치 속에 숨죽이고 있었다.

818일 에만은 인쇄한 일주일 치 기록을 읽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록지에 쓰여 있는 것은 1111116EQUJ51111111이었다.

 

전파의 신호 강도는 0부터 9까지가 있는데, 9가 가장 강하다.

보통은 모든 별이 연속해서 내는 잡음 때문에 수신된 데이터는 1, 2, 3 정도만 나오는데 신호가 너무 센 나머지 9를 넘어선 숫자 대신 문자가 기록된 것이다.

 

AB 정도의 기록도 큰 사건인데 U 수준의 전파 강도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에만은 U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Wow!’라고 낙서했다.

그래서 이 신호는 오늘날 와우! 신호라고 불리게 되었다.

 

와우! 신호는 신호의 세기뿐 아니라 라디오파 주파수도 특별한 점이 있었다.전자기파의 파장 범위는 무한대다.

어떤 전자기파 파장은 별만큼 넓을 수도, 어떤 전자기파 파장은 원자핵만큼 좁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항성 사이에서 신호를 보낼 땐 어떤 파장의 전자기파를 써야 할까?

스펙트럼에서 X선 반대편 끝에 있는 적외선과 마이크로파는 행성을 침투하기엔 힘이 약하다.

가시광선은 쉽게 차단된다. 그리고 직선으로 나아가지 못해 중간에 있는 달과 먼지구름에도 흡수된다.

하지만 라디오파는 파장이 수 킬로미터일 정도로 길기도 해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물체를 통과하거나 둘러 가면서 쉽게 퍼진다.

 

제일 실용적인 방법은 우리가 감지 가능한 최대한 큰 파장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신호를 보낸 외계 종족이 전자파 통신을 꿰고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원주율도 알고 있을 것이며, 3.14159라는 숫자는 전 우주에서 중요한 숫자이므로 초당 진동수가 3.14159라는 주파수를 고르는 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외계 종족에게 친숙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숫자는 1420.4메가헤르츠이다. 천문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바로 알아볼 것이다.

이것은 수소선이라 불리는데 수소 원자가 초당 진동하는 횟수다. , 수소는 주파수 1420.4메가헤르츠인 라디오파를 방출한다.

 

게다가 은하의 모든 별은 1420.4메가헤르츠로 지금 이 순간에도 윙윙거리고 있다. 이 소음을 걸러내기란 어렵지 않다.

만약 어떤 전파보다도 강한 세기로 1420.4메가헤르츠의 전파가 수신된다면 이것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참고로 와우! 신호의 주파수는 1420.4메가헤르츠로 측정되었다.

 

와우! 신호는 최소 72초간 수신되었다.

이 신호가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 도달한 바람에 망원경 방향을 바꿔볼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이 신호가 72초간 지속되었는지 더 오래 갔지만 망원경으로 잡을 수가 없었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주파수 외에도 인위적으로 생성해서 의도를 가지고 보내온 전파라면 가질만한 특성이 한 가지 더 있다.

! 신호는 단 한 차례만 들어왔다.

만약 자연적으로 생긴 현상이었다면 이는 지속적이거나 간헐적으로 반복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 파동은 단 한 번만 일었다.

 

물론 이것은 다르게 반박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뭔가를 전송하려는 시도였다면 왜 한 번만 시도했냐는 식으로.

 

만약 외계에서 지구의 빛을 보고 1855년에 신호를 보냈다면 그때 본 빛은 122년 전인 1733년에 나온 것이다.

그때의 지구는 우주기술은 고사하고 내연기관 발명도 되지 않았을 시기다.

아마 그 외계 종족은 이 행성에 진보한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답을 얻진 못했을 것이다.

 

그 후로도 과학자들은 계속 궁수자리를 주시했으나, 지금까지는 또 다른 메시지가 오진 않았다.

 

신호를 받은 지 35년 만에 지구인들은 답장을 보내긴 했다.

2012년 스티븐 콜베어의 영상을 수소선으로 암호화하여 궁수자리 타우로 송신했다. 신호를 받은 날과 같은 815일이었다.

만약 우리에게 신호를 보냈던 무엇인가가 궁수자리에 계속 그곳에서 산다면, 우리의 메시지를 받는 시기는 2134년쯤이 될 것이다. 만일 그들이 답장을 보낸다면 우리는 2256년에 그것을 받게 된다.

이건 아마 우리가 지구 바깥의 다른 생명체들과 처음 주고받는 공식적인 인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