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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선 이론적으로 지구 크기만 한 망원경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연구자들은 지구 전역에 세워진 전파망원경 8개를 안테나처럼 연결해 한날한시에 은하 M87에 초점을 맞춘 후 중심부의 블랙홀을 찍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통합해 블랙홀의 실제 사진을 완성하는 것이다.

 

 

 

사건 지평선 망원경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데이터는 5페타바이트다.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단위를 체감하기 위해 환산해 보자면 이는 약 5000년 분량의 MP3 파일과 비슷하다. 인터넷으로는 전송할 수 없을 만큼 큰 데이터라 각 지역에서 촬영한 데이터가 담긴 하드웨어를 아주 신중히 연구소로 옮겨와야 했다. 이 저장장치의 무게는 약 0.5톤이었다.

 

혹시 모를 오류를 대비해 연구팀은 팀을 나눠 서로와 일절 정보교환을 하지 않은 채 각 팀에서 각자의 이미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한꺼번에 비교했다. 그리고 모든 팀의 이미지가 근사했다.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다.

 

인류는 지구로부터 52,000경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블랙홀의 실제 사진을 촬영했다!

 

촬영된 블랙홀의 사진은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빛나는 도넛처럼 보인다.

넷플릭스에 이 프로젝트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연구팀들은 이미지들을 보며 와플처럼 생겼다고 말한다.

이 희미한 도넛 내지는 와플 모양의 사진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블랙홀이 진짜로 있다는 깔끔한 증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습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의 형태와도 일치했다.

 

 

인터스텔라는 얼마나 정확할까?

실제 블랙홀의 사진이 찍히기 전까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블랙홀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이 이전까지 가장 정확했던 이미지는 그 유명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클라이맥스에 나온다. 매슈 맥커너히가 가상 블랙홀 가르강튀아에 접근할 때다.

 

이 장면은 노벨상 수상자인 킵 손을 필두로 한 물리학 연구팀이 설계했다(킵 손은 LIGO를 만든 사람이다).

컴퓨터로 만든 특수 효과 설계에만 30명이 참여했고 저장 공간은 800테라바이트가 사용되었으며, 각 프레임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0시간이다.

이 특수효과를 제작한 컴퓨터는 일반상대성이론과 함께 카를 슈바르츠실트의 방정식도 포함해 프로그래밍되었다..

전 세계가 감탄한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일부 사람들은 인터스텔라가 물리학을 너무 멋있게 과장한다고 불평했지만, 물리학은 실제로 그런 학문이 맞다.

 

블랙홀의 중심부

어릴 때 블랙홀이란 존재를 배우게 되면 모두가 으레 해보는 상상이 있다. 블랙홀에 빠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블랙홀은 항성질량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 두 가지가 있다. 항성질량 블랙홀은 초신성 단계를 거쳐 탄생하며, 우리 태양의 약 5~10배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은하에 수백만 개가 있을 정도로 흔한 유형이다.

 

반면 초대질량 블랙홀은 드물다.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도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위성이 행성을, 행성이 항성을 공전하는 동안 항성은 초대질량 블랙홀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우리은하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름은 궁수자리 A이며 우리 태양의 약 260만배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가자면 블랙홀은 근처에만 가면 청소기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 않는다.

달이 지구로 빨려들지는 않는 것처럼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당신도 블랙홀 주위를 돌 수 있다.

블랙홀은 말하자면 중력이 더 센 구역일 뿐이다. 우리는 블랙홀에 빠질수는 있지만 빨려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지구도 벌써 가장 가까운 블랙홀에 집어삼켜졌을 것이다.

 

항성질량 블랙홀에는 크게 특별할 광경이 없다. 하지만 초대질량 블랙홀에선 모든 먼지와 물질이 뒤엉켜 분쇄되며 온도가 상승한다. 이때 빛나는 고리가 바로 2019년에 촬영된 실제 블랙홀 사진이다.

 

블랙홀의 더 안쪽으로 계속 가보자. 우리는 광자구라는 지점에 도착한다.

여기서 빛줄기는 시공간 곡률의 영향으로 구부러져 원형이 된다. 블랙홀 중심에서 바깥을 향해 빛을 비춘다면 이 빛은 블랙홀 안을 향하는데, ‘중심으로부터 바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의 지평선을 건넌다면 모든 방향은 내부만을 향하게 된다.

 

여기서 시간 또한 왜곡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당신이 만약 블랙홀로 떨어지는 걸 바깥에서 누군가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시간보다 당신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당신은 길게 늘어진 속도로 시간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목격자가 보는 당신의 모습은 죽 늘어나다가 점점 느려지고 결국 정지한 이미지가 된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당신의 이미지가 멈추는 것엔 무한한 시간이 걸린다.

사건의 지평선 가장자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당신이 점차 느려지는 것만 보일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반대로 당신이 사건 지평선에서 바깥을 본다면 마치 빨리 감기를 누른 영상처럼 외부가 움직이는 광경을 보게 된다. 바깥에서 당신을 볼 때와는 정반대이다.

당신은 이때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따라 미래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장면도 점점 쪼그라들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건지기는 어렵다.

 

사건 지평선에 머무르기도 어렵지만, 어떤 천재적인 방법으로 머무르다가 탈출에 성공한다면, 당신은 이제 먼 미래에 등장하게 된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타임머신이 바로 블랙홀이다. 비록 단방향이긴 하지만.

 

당신은 이제 블랙홀의 중심부에 더 가까이 접근했다. 블랙홀 중심에 가까울수록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중력이 증가한다.

중심에 1밀리미터 가까울수록 중력이 무려 천배씩 증가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발부터 블랙홀에 떨어졌다면 발부터 쭉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스파게티화라고 한다. 놀랍게도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쓰는 용어다.

하지만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세포도 같이 늘어나는 덕분에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이 더 섬뜩하려나?

 

스파게티처럼 늘어난 당신의 몸이 마침내 양성자 지름과 같아지면 시공간 폭포의 중심에 도착한다.

이제 여기서부턴 우리가 겨우겨우 대충대충 이해한 이론들이 쓸모없어진다.

중력이 너무 강해 공간과 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특이점을 논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한 가지는 블랙홀이 회전하면 특이점 구역이 점점 늘어나 고리가 된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