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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 행성이 공전한다는 사실은 우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범위인 은하도 회전을 한다.

이유는 똑같다. 질량이 있는 두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둘 중 무거운 쪽이 가운데에 자리 잡는다면 가벼운 쪽이 무거운 쪽의 바깥을 돌도록 배열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거운 물체로 완전히 고정된 상태는 아니며, 조금씩은 회전한다.

 

이 궤도 체계가 어떤 모습인지 기술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이다.

물체가 무거울수록 궤도에 머무르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만일 행성의 운동 속도가 느려진다면, 항성의 중력 영향을 받아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행성은 항성에게 먹히고 만다.

은하계도 똑같다. 무거운 은하일수록 중심에 있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빠르게 회전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무거운 은하는 빠른 속도로, 가벼운 은하는 느린 속도로 회전한다.

 

 

암흑물질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1933년에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대부분의 은하가 겉보기와는 달리 너무 빠르게 회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가진 항성들의 규모를 감안해서 계산해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이에 츠비키는 빛을 방출하지 않아 찾기 힘든 무엇인가가 은하에 포함되었을 거란 가설을 세운다. 이 무엇인가가 바로 암흑물질이다.

 

학계는 암흑물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다른 설명도 많았다.

우리의 예상보다 성운이 더 많다거나, 항성을 도는 행성들이 엄청나게 무겁다거나 하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1976년 베라 루빈의 발견으로 중요성이 더 대두되었다. 은하는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행성과 성운은 일반상대성이론 예측값과 비슷한 속도가 나왔지만 은하는 가능할 거라 생각한 속도의 6~8배는 더 빠르게 회전했다. 단순히 오차값이라 여길 수는 없는 숫자였다.

 

암흑물질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중요한 증거가 있다. 1E 0657-558이라 불리는 은하단인데, ‘총알 은하단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지고 있다.

최근 카리나 별자리 방향에서 은하단 두 개가 충돌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은하 두 개가 아니다. 은하두 개다.

두 은하단은 우주 가운데에서 혼합되며 항성, 행성과 같은 방식으로 공통 질량 중심을 돈다. 여기서 이 은하단의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공전하는 질량 중심을 예상 지점 근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항성을 바탕으로 질량 중심을 계산할 경우 실제와 다른 질량 중심 위치를 얻게 되므로, 무언가가 이 공전 궤도를 벗어나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다. 무언가, 우리가 여태까지 알 방법이 없던 추가 물질이 말이다.

 

암흑물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 총알 은하단을 설명하려면 일반상대성이론뿐만 아니라 질량과 중력의 개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의심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 의심하지 말아야 할 이론은 없다. 하지만 천문학자의 대부분은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암흑에너지

처음에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은 우주가 수축하여야 한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수축으로는 우주 생성이 불가능하다.

우주 존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근거는 확실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론을 근거에 맞게 수정해야 했다.

 

여기서 그는 우주 상수라고 하는 반중력을 방정식에 집어넣었다. 관측된 적은 없지만, 중력에 대항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우주가 이미 팽창하고 있지 수축하진 않는다는 것은 안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를 폐기했다. 자신도 일생일대의 실수라 언급한 일이었다.

 

그런데 1998년 솔 펄머터와 애덤 리스가 특정 초신성의 거동을 관찰하다가 반중력 현상을 발견한다! 아인슈타인이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니었다.

 

초신성은 큰 항성이 극단적인 환경에서 죽을 때 발생한다. 항성이 쪼그라들어 중심부가 압력을 받다가 서서히 팽창하고 분해되어 성운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거대 항성의 외부층은 작은 항성과 동일한 방식으로 수축하지만, 수축 속도가 몹시 빠르기 때문에 내핵이 튕겨 나오며 외부층이 산산조각으로 폭발한다.

이때의 폭발은 우리 태양이 100억년간 생산하는 양과 맞먹는 에너지를 몇 분 만에 방출한다.

 

1형 초신성은 어떤 항성이 가까운 항성에서 나오는 물질을 흡수한 결과다. 가까운 항성이 내뿜은 플라스마를 빨아들이면서 무거워진 항성은 자신의 핵으로는 무게를 지탱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붕괴한다.

2형 초신성은 단순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항성이 맞이하는 결과다. 핵의 연료가 고갈되면 외부 표면이 내부로 빨려 들어가며 파멸한다.

 

이런 초신성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생겨나고 같은 양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특정 물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아낼 때 초신성 광도를 참조할 수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우주의 물체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단 은하계뿐만 아닌 모든 물체가 빠르게 회전한다.

 

펄머터와 리스는 이 초신성의 광도를 관찰하여 우주의 현재 팽창 속도와 과거 팽창 속도를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초신성이 옛날에는 지금처럼 빠르게 흩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우주는 팽창할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었다.

 

물체의 속도가 변화한다는 것은 곧 그 물체에 어떠한 힘이 가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 힘을 발휘하는 무언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주의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하는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에 붙은 이름이 바로 암흑에너지다.

 

에너지와 질량은 상호 교환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 에너지양을 토대로 질량을 계산해볼 수 있다.

연구팀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주에서 암흑에너지의 질량은 약 75퍼센트를 차지한다.

암흑물질이 23퍼센트,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모든 물질 즉 은하계와 성운, 항성계, 혜성, 소행성, 행성 등은 겨우 2퍼센트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