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봤으니 이제 조금 더 기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이제부터 원소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천문학을 처음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원소나 화학은 사실 우리의 일상에 굉장히 친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아마 살면서 한 번쯤은 음식에 들어 있는 어떤 화학물질 때문에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란 게 있을까?
화학물질이라는 건 시험관에서 찰랑대는 독극물이 아니라 시험관 그 자체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지금 걸치고 있는 옷도, 이 글을 읽고 있을 책상이나 컴퓨터, 혹은 핸드폰도 모든 것은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란, ‘음식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만큼이나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여러분이 매일 마시는 물은 H2O라 불리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에 탄소를 넣으면 C2H4O2라는 화학물질이 된다.
더 익숙한 단어로 말해보자면 이게 바로 식초다. 여기서 각 원소 개수에 3씩을 곱하면 C6H12O6, 즉 설탕이 된다.
사실상 화학은 요리와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화학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한다.
요리가 어떤 재료로 요리를 할까 고민한다면, 화학은 그 재료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를 고민한다. 그것이 채소든, 과일이든, 공기든, 심지어는 인간이든, 대상을 구성하는 원소를 파악함으로 그 대상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인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 학교에 다니는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주기율표의 원소들과 하나씩 친해져 보자.
불과 반응하는 물질
산소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을 꼽자면 아마 불을 발견한 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확한 날짜와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인류는 불을 붙이는 반응을 터득했다.
이것으로 사냥을 하고 요리를 하고, 겨울엔 얼어 죽지 않도록 체온을 지켰다. 처음엔 주로 나무를 사용했으나 점차 주변의 모든 물질이 가연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소는 반응성이 높은 원소다. 이 산소와 접촉해야 불이 붙는데, 그렇다고 항상 불이 붙는 것은 아니다. 산소가 반응하기 위해선 에너지, 즉 열이나 마찰이 필요하다.
다시 정리하자면 불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연성 물질과 산소, 그리고 열/마찰 등의 에너지다.
삼플루오르화염소
1930년에 오토 러프와 허버트 크루그라는 과학자가 삼플루오르화염소(이하 ClF3)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불이 잘 붙는 화학물질이다.
이것은 염소와 플루오린을 1:3으로 섞어서 만든 것인데, 모든 물질에 접촉하기만 해도 불이 붙는다. 소방복 소재인 케블라와 석면조차 태워버리며, 심지어 물에도 불을 붙여서 플루오린화수소라는 기체를 방출한다.
이토록 위험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대형 사고도 잇따랐다. 가장 큰 폭발사고는 루이지애나주의 화학 공장에서 일어났는데, 밀폐된 채로 운반하고 있던 ClF3가 금속 용기에 금이 가며 쏟아져버렸다.
순식간에 불이 붙은 ClF3는 콘크리트 바닥을 1미터 넘게 파고들며 태운 뒤에야 겨우 진압되었다. 이것을 운반하던 남성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15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로켓연료로도 활용하기 위해 몇 번 실험을 거쳤지만 ClF3가 계속 로켓 자체에 불을 붙이는 바람에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나치들이, 지극히 그들다운 사고방식으로 무기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했으나 ClF3은 화염방사기에 불을 붙인 사람에게도 불을 붙이는 물질이었다.
나치마저 사용하길 포기할 정도로 사악한 화학물질이라니. 왜 ClF3엔 이렇게까지 불이 잘 붙는 것일까?
플루오린은 산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연소되지만 이때 필요한 에너지는 굉장히 낮다. 플루오린은 주기율표에서 반응성이 가장 높은 원소인 동시에 다른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산소보다도 뛰어나다.
이런 플루오린을 두 번째로 반응성이 높은 원소, 염소와 합쳐버리면 다른 에너지 없이도 모든 물질을 다 불태워버리는 위험한 화합물이 태어나는 것이다.
'천문학 물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수한 원소 - 브란트와 셸레 (0) | 2023.06.24 |
---|---|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 - 알쿠비에레 항법 (0) | 2023.06.16 |
로켓과 탐사, 그리고 지구의 위기 (0) | 2023.06.14 |
궁수자리에서 온 와우! 신호 (0) | 2023.06.12 |
외계생명체 - 생명체의 기준과 골디락스 구역 (0) | 2023.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