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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원소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소는 웬만해선 순수한 상태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불안정해서 다른 원소와 합해져 어떤 화합물이 된다. 

 

원소를 외로움을 타는 독신들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불안정한 독신들이 각기 짝을 찾아 결합해 가정을 꾸린다. 이들의 안정감은 당연히 상승할 것이다.

혼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원소는 몇 없는데, 공교롭게 그중 하나는 금이다. 골드미스는 혹시 이렇게 유래된 단어가 아닐까?

 

아무튼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물질은 화합물이다. 심지어는 소금 알갱이조차도 그렇다.

소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물질 같지만 사실은 나트륨(소듐)과 염소가 결합한 물질이다. 소듐과 염소는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소듐만 덩어리째로 발견되거나 염소 구름이 하늘에 떠가는 풍경은 볼 수 없다. 

 

또한 많은 원소가 엄청나게 희귀하다는 것도 원소 발견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프로트악티늄은 핵물리학 연구에 사용되는 원소인데, 전 세계에 공급되는 프로트악티늄은 모두 영국 원자력공사가 가지고 있는 125그램에서 나온다.

 

순수한 원소

 

 

인의 발견

원소가 사실은 평범한 물질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은 17세기 후반쯤 가서야 증명 되었다. 독일의 실험가 헤니히 브란트가 이것을 밝혀냈는데, 이 과정에도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브란트는 어느 늦은 밤 연구실에 혼자 남아 엄청난 양의 소변을 끓이고 있었다. 왜 이런 비위 상하는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황금빛 액체를 굳혀 어디다가 속여서 팔 속셈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황금빛 물체가 아닌 시커먼 잔여물과 붉은빛의 걸쭉한 시럽이 나왔다. 브란트는 이 두 가지 물질을 섞어서 다시 한번 끓였다. 그러자 이번엔 말랑말랑한 고체, 즉 왁스 비슷한 것이 되었다. 

 

이 물질은 청록색이었고 마늘 냄새가 났다. 그리고 가연성이 굉장히 강해 불에 타며 하얗게 빛났다.

브란트는 어찌된 영문인지 물에서 불을 추출해 낸 것이었다.

 

그는 이 알 수 없는 물질에 ‘빛의 운반자’라는 의미인 ‘인phosphorus’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인을 팔기 시작했지만 누구에게도 추출법을 차마 밝힐 수 없었다.

따라서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양의 소변을 가져가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브란트의 비밀을 안다.

인체에 필요한 인 섭취량은 1일 기준 0.5그램에서 0.8그램 정도로 매우 적다. 하지만 인은 웬만하면 모든 음식에 포함이 되어 있는데, 따라서 적정량 이상의 인은 모두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소변을 가열해 다른 함유 물질들을 제거해서 인을 얻은 것이다.

 

소변은 빛을 내지 않지만 소변에서 추출한 인은 빛을 낸다. 이는 소변과, 소변에서 추출한 물질의 특성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화학물질은 눈에 띄지 않을 뿐 우리 주변 어디에나 숨어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원소는 이렇게도 발견이 된다.

 

 

순수한 원소

몇 명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원소를 발견하는 것에 성공하자, 다른 과학자들도 모두 원소 사냥에 나섰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원소 발견을 열망했지만 최초의 발견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소 중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 이미 존재를 알고 있던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성서에도 금, 은, 철, 구리, 납, 주석, 황의 존재가 언급되어 있다. 구약성서는 약 3000년 전에 쓰인 것인데 말이다.

 

실제로 발견이나 추출을 해내진 못하고 존재를 예측만 한 사례도 있다. 요한 아르프베드손은 페타라이트 안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원소가 있다고 예상했다.

그 미지의 원소를 바위라는 뜻의 리토스라 불렀는데, 이것은 1821년 윌리엄 브랜디에 의해 순수한 형태로 분리된다. 이것이 리튬이다. 

 

원소 발견에 한해 소모적인 분쟁을 피하기 위해 웬만해서는 발견보다 ‘순수한 형태’로 분리한 사람의 이름을 더 언급하게 되었다. 예측을 하거나 증명을 하는 걸론 부족해진 것이다. 그래서 비운의 사나이가 된 과학자가 있다. 스웨덴의 화학자 칼 셸레이다.

 

그는 1772년 갈색 가루를 추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 갈색 가루를 바라이트라고 불렀는데, 바라이트 안에 또 다른 원소(바륨이었다.)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를 순수한 형태로 분리한 자는 험프리 데이비다.

 

1774년엔 염소 가스도 발견했으나 이게 원소라는 것까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염소의 최초 발견자도 결국 험프리가 된다.

 

같은 해에 파이로루사이트도 발견했지만, 여기서 순수한 망가니즈를 추출한 사람은 요한 간이었다.

 

셸레는 프리스틀리보다 3년 앞서서 산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이 인쇄소에 있는 동안 프리스틀리의 실험 결과가 먼저 출판되었다.

 

셸레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이 암석을 셸라이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셸라이트는 나중에 공식 명칭이 텅스텐산칼슘으로 바뀌게 되면서 또다시 셸레의 이름은 지워지고 만다.

화학의 신이란 게 만약 존재한다면 셸레는 그에게 미움을 샀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