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한 원소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소는 웬만해선 순수한 상태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불안정해서 다른 원소와 합해져 어떤 화합물이 된다. 원소를 외로움을 타는 독신들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불안정한 독신들이 각기 짝을 찾아 결합해 가정을 꾸린다. 이들의 안정감은 당연히 상승할 것이다. 혼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원소는 몇 없는데, 공교롭게 그중 하나는 금이다. 골드미스는 혹시 이렇게 유래된 단어가 아닐까? 아무튼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물질은 화합물이다. 심지어는 소금 알갱이조차도 그렇다. 소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물질 같지만 사실은 나트륨(소듐)과 염소가 결합한 물질이다. 소듐과 염소는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소듐만 덩어리째로 발..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아봤으니 이제 조금 더 기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이제부터 원소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천문학을 처음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원소나 화학은 사실 우리의 일상에 굉장히 친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아마 살면서 한 번쯤은 음식에 들어 있는 어떤 화학물질 때문에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란 게 있을까? 화학물질이라는 건 시험관에서 찰랑대는 독극물이 아니라 시험관 그 자체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이 지금 걸치고 있는 옷도, 이 글을 읽고 있을 책상이나 컴퓨터, 혹은 핸드폰도 모든 것은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란, ‘음식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만..

우리가 탈 수 있는 것 중 가장 빠른 것은 아마 로켓일 것이다. 그런데 58,000km/h로 날아간 뉴허라이즌스 탐사선도 명왕성에 도착하기까지 9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이런 속도로 정말 태양계 너머까지 탐사할 수 있을까? 이 정도 속도로 태양계 너머의 알파 센타우리까지 간다면 약 7800년이 걸린다. 우리는 더 빠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항법들이 계속 제시되었다. 지구 밖으로 나가려는 프로젝트들 요하네스 케플러는 미래에 만들어질 우주선이 태양 돛을 달고 있을 거라 말했다. 바람이 아닌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1608년에 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것이 실현되었느냐고? 당신도 잘 아는 한 기업가가 놀랍게도 그것을 만들..

로켓은 언제 어디서 제일 먼저 발명되었을까? 가장 이른 시초로 보이는 것은 서기 1000년경에 당복이 만들었던 것인데, 아마 군사 혹은 불꽃놀이 용도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의 시작과 기본 구조 로켓은 기본적으로 발사체에서 동력을 공급받아 작동한다. 이 발사체에 주입된 화학물질은 산소와 섞인다. 그리고 반응성이 높은 원소인 산소가 산화, 즉 폭발하면서 화학물질에 저장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구멍이 뚫린 쪽으로 공기가 새어 나가면, 같은 세기의 힘이 구멍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통을 밀기 시작한다(뉴턴 제 3 법칙). 이때 하늘로 향해 가도록 방향만 잘 설정해주면 된다. 현대의 로켓 구조와 가장 비슷한 것은 1944년 독일의 물리학자 베른헤르 폰 브라운이 만들었다. ‘보복 무기’를 ..

1977년 8월 15일 오하이오의 빅이어 전파망원경에 수상한 라디오파가 잡혔다. 이 라디오파는 궁수자리 구역에서부터 온 것으로 100년이 넘도록 빛의 속도로 우주를 달려와 지구에 닿은 것이다. 발생이 됐던 시기는 1855년이었고 궁수자리는 지구에서 약 1000조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라디오파는 즉시 발견되지 않았다. 천문학자 제리 에만이 망원경을 들여다보기까지 3일간 잠잠하게 저장장치 속에 숨죽이고 있었다. 8월 18일 에만은 인쇄한 일주일 치 기록을 읽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록지에 쓰여 있는 것은 1111116EQUJ51111111이었다. 전파의 신호 강도는 0부터 9까지가 있는데, 9가 가장 강하다. 보통은 모든 별이 연속해서 내는 잡음 때문에 수신된 데이터는 1, 2, 3 정도만..

르네상스 초기까지는 로마 가톨릭이 유럽을 지배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아무리 과학적인 무언가를 발견해도 그것이 만일 성경과 상충하는 내용이라면 머릿속에만 품고 있어야 안전한 시대였다는 뜻이다. 유명한 예시로 갈릴레오가 있다. 그는 교회의 고문용 기구를 보는 순간 머릿속의 지식이 어찌 되었든 마음은 바꿔 먹었지만, 죽음에까지 이른 수학자도 있다. 과학의 순교자 이탈리아의 수도사이자 수학자였던 조르다노 브루노다. 이 사람은 또 무슨 주장을 했길래 죽임까지 당했을까? 우주의 크기로 봤을 때 여긴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는 발언을 했다. 즉,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말한 것이다. 만약 외계인이 정말 존재한다면, 16세기 기독교인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 중 하나에 놓이게 된다. 외계인이 구원받지 못했다면 하나님이 ..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은 시공간의 평화로운 구역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블랙홀이 가진 성질은 질량, 회전, 전하뿐이다. 블랙홀로 무언가가 들어간다면 그것은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또한 내부에 더 많은 물체가 들어갈수록 블랙홀은 더욱 무거워진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블랙홀은 커져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블랙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가정이었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이 이 두 가지 가정을 바꿔버린다. 호킹 복사 Hawking Radiation 블랙홀은 폭발하는가? 호킹은 1974년 네이처에 이런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을 통해 호킹은 일반상대성이론 일부와 양자역학을 결합한 결론을 밝힌다. 뭔가가 사건 지평선 밖으로 나올 뿐 아니라 종국에는 블랙홀이 점점 작아져 무(無)가 되어버린..

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선 이론적으로 지구 크기만 한 망원경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연구자들은 지구 전역에 세워진 전파망원경 8개를 안테나처럼 연결해 한날한시에 은하 M87에 초점을 맞춘 후 중심부의 블랙홀을 찍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통합해 블랙홀의 실제 사진을 완성하는 것이다. 사건 지평선 망원경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데이터는 5페타바이트다.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단위를 체감하기 위해 환산해 보자면 이는 약 5000년 분량의 MP3 파일과 비슷하다. 인터넷으로는 전송할 수 없을 만큼 큰 데이터라 각 지역에서 촬영한 데이터가 담긴 하드웨어를 아주 신중히 연구소로 옮겨와야 했다. 이 저장장치의 무게는 약 0.5톤이었다. 혹시 모를 오류를 대비해 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