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3년 영국 과학자 존 미첼이 블랙홀의 존재를 처음 제안했다. 그는 이것을 ‘암흑성’이라고 말했다. 먼저 탈출 속도라는 것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소행성, 행성, 항성 등 모든 물체에는 탈출 속도가 있는데 당신이 에너지를 더 얻지 않으면서 그 물체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속도다. 예를 들어 지구의 탈출 속도는 11,200m/s이다. 대기를 지나며 불타게 된다는 가정은 우선 배제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이 속도로 공을 던져져야 이 공이 지구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탈출 속도보다 느리다고 해서 궤도를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발사하는 로켓은 이 속도보다 훨씬 느리지만 계속해서 연료를 태움으로 인해 비행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는다. 그러므로 탈출 속..

위성과 행성이 공전한다는 사실은 우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범위인 은하도 회전을 한다. 이유는 똑같다. 질량이 있는 두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둘 중 무거운 쪽이 가운데에 자리 잡는다면 가벼운 쪽이 무거운 쪽의 바깥을 돌도록 배열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거운 물체로 완전히 고정된 상태는 아니며, 조금씩은 회전한다. 이 궤도 체계가 어떤 모습인지 기술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이다. 물체가 무거울수록 궤도에 머무르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만일 행성의 운동 속도가 느려진다면, 항성의 중력 영향을 받아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행성은 항성에게 먹히고 만다. 은하계도 똑같다. 무거운 은하일수록 중심에 있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빠르게 회전해야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거의 신화에 가까운 업적을 남겼다. 그가 세기의 천재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그가 정확히 어떤 연구들을 했는지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조금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까지 섞여 신화스러운 이야기가 탄생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그의 연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듣자마자 머리가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어려운 지식 말고도 많은 것들, 예를 들면 기계 작동이 전혀 없는 냉장고를 발명하거나 조절 가능한 끈을 달아 뱃살을 감출 수 있는 남성셔츠 같은 것을 발명하기도 했다. 조금 더 머리 아픈 내용으로 들어가보자면 원자가 존재하는 첫 번째 증거를 발견했고, 초기 양자론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에너지와 질량이 E=mc2로 상호 변환될 수 있고..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즉 CMB를 발견함으로 빅뱅은 ‘이론’ 등급으로 격상되었다. 하지만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며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도 못한다. 과학자들은 하나의 이론을 내놓는 즉시 그 이론의 약점을 방어하는 설명까지 내놓아야 한다. 현재 빅뱅이론에서 설명하기 곤란한 문제 몇 가지가 있다. 지평선 문제 CMB가 우주에서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은 곧 그것이 가장 멀리 있는 존재라는 뜻도 된다. 우주론에서는 가장 오래된 존재가 가장 멀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빛을 통해 사물을 본다. 그런데 이 빛이 우리에게까지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다. 멀리 있는 물체를 볼 때 우리는 그걸 보는 지금의 모습이 아..

2006년, 국제천문학연맹이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앞으로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며 ‘왜행성’으로 분류된다는 내용이었다. 큰 파장이 일었고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은 분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책임자 마이크 브라운의 트위터 계정 아이디는 플루토 킬러, 즉 명왕성 살인마였다. 게다가 계정의 헤더 사진은 스타워즈에서 얼데란이라는 행성이 죽음의 별에 의해 파괴당하는 장면이었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민주주의가 곧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예를 들어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에서 지는 거라고 다수가 결정했다 해도 그것이 사실은 아니..

먼저 주전원이라는 가설이 있었다. 모든 행성이 고유한 원형 궤도를 따라 돌지만 동시에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코페르니쿠스라는 폴란드 학자가 반기를 든다. 코페르니쿠스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들이 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궤도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으로는 독특한 역행 운동이 설명된다. 역행 운동이란 지구가 궤도를 따라 돌다가 때로 어떤 행성을 추월할 때 생긴다. 지구가 앞서고 있던 어떤 행성을 앞질러 가면, 지구에서 봤을 때 그 행성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코페르니쿠스는 의학과 법률을 공부한 사람이자 프롬보르크 성당의 참사회 위원이기도 했다. 아마 그가 이런 가설을 죽기 직전인 1543년에..

우주는 얼마나 크고 오래되었을까?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내놓은 숫자들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살면서 억, 조, 경 같은 숫자 단위를 체감해볼 수 있는 일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1조 초는 약 3만 2천년이다. 실감이 되는가? 그런데 천문학에서는 이보다 더 큰 숫자들이 예사로 사용된다. 아마 인류도 이 광활한 우주를 표현할 만한 마땅한 언어를 찾지 못해 ‘천문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우주의 기나긴 시간을 우리가 사는 1년을 기준으로 압축하여 요약해본다면 어떨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77년에 이처럼 우주를 요약한 달력이 있다(코스모스라는 유명한 책을 집필한 그 칼 세이건 맞다). 빅뱅이 일어난 ..